한국 정신분열병 연구의 조명

김찬형 · 이홍식
연세의대 정신과

교신저자:김찬형, 135-270 서울 강남구 도곡동 146-92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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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정신분열병은 정신질환 중에서도 가장 베일에 싸여 있는 질환이다. 질병을 증상과 징후로 진단하는 것은 의학의 기본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까지 정신분열병의 경우 진단을 내릴수 있을 정도로 특이한 증상 및 징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1). 19세기 후반부터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 과학과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해왔으며, 이에 힘입어 정신분열병의 핵심은 뇌질환이고 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까지는 의견이 좁혀진 것 같다. 정신분열병 연구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원인규명과 이와 관련하여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의 개발이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그 시대에 발전한 신경생화학, 신경내분비학, 신경약리학, 신경면역학 그리고 뇌영상연구 및 분자생물학적 연구기법 등을 이용하여 정신분열병의 원인규명을 하기 위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새로운 연구기법에 의해 정신분열병의 원인규명에 획기적인 진보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초기연구에서 유의하게 나왔던 연구결과가 이후의 후속연구에서 재연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한동안 정신분열병 환자에서 치료반응의 표지자(marker)를 찾고자 하는 연구도 매우 활발히 시행되어 왔으나 아직 치료반응을 예측하는데 유용성이 있는 지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2). 역시 정신분열병 연구의 가장 큰 한계는 정신분열병이 매우 다양한 질환군이기 때문에 정신분열병의 진단자체에 있는 것 같다3). 1970년대 이후 CT의 도입으로 양성음성 정신분열병은 매우 매력적인 이론이었고, 이후 신경발달학적 이론과 이에 따른 정신분열병의 아형구분도 이론적으로는 흥미를 끌었으나 이후의 연구에서는 의미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신분열병의 연구를 통한 원인규명에 있어 낙관론과 비관론의 양극이 있다. 낙관론적인 학자들은 21세기초반에 정신분열병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반면 비관적인 학자들은 현재의 증상과 경과에 근거한 진단체계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일부 학자들은 정신분열병 연구에 있어 진단 및 연구방법의 일대혁신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만큼 정신분열병 연구는 방법론적으로 어려움이 많으며 최근에는 임상연구에서 윤리적 문제도 크게 대두되고 있다4)5).
   한편, 국내의 정신분열병 연구는 국제적인 흐름에 비해 뒤쳐져 있다고 생각된다. 1945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창설된 후 1998년 현재 1500여명의 신경정신과 또는 정신과 전문의가 활동하고 있다. 또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산하에는 19개의 연구학회가 등록되어 있어 외형적으로는 연구활동이 매우 활발하다고 볼 수 있다. 이중 정신분열병을 주된 연구대상으로하는 연구학회도 많으나, 정신분열병에 대한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연구단체는 1998년 5월 23일 창립되는 대한정신분열병학회가 처음이다. 저자는 대한정신분열병학회의 창립과 함께 1980년이후 현재까지 국내의 정신분열병 연구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미래연구에 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 정신분열병 연구의 현황

   연구의 양적 정도를 가름하는 지표로는 흔히 논문출판, 학술대회발표, 연수비 수혜액 등을 이용한다. 이중 저자는 정신분열병에 대한 연구와 항정신병약물에 관한 출판된 논문을 조사하여 국내 정신분열병 연구의 경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신경정신의학에 게재된 정신분열병 관련논문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공식 학술잡지인 ‘신경정신의학’은 종합정신의학 학술잡지이기 때문에 신경정신의학에 출판된 논문은 한국정신의학의 연구경향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80년(19권)부터 1987년(36권)까지 게재된 논문을 조사하였다. 전체논문중 정신분열병 관련논문수의 연도별 변이를 조사하였으며, 또한 정신분열병 관련논문의 주제별 분류를 시행하였다.

1) 정신분열병 관련논문수의 연도별 변화
  
신경정신의학에 게재된 논문중 원저와 종설(특집포함)을 본 조사의 대상으로 하였다. 1980 년부터 1997년까지 신경정신의학에는 1651편의 논문이 게재되었으며 정신분열병 관련논문은 414편으로 전체논문의 25.1%를 차지했다. 정신분열병 관련논문 414편은 원저가 401편(97%), 종설이 13편(3%)이였다. 정신분열병 관련논문수의 변화를 5년단위로 구분하여 보면 1980~1984년 사이에 전체 299편중 56편(18.7%), 1985~1989년 전체 401편중 87편(21.7%), 1990~1994년 전체 547편중 157편(28.7%), 1995~1997년 전체 404편중 114편(28.2%)로 1980년대에 비해 1990년대 들어 정신분열병 관련논문의 절대적 숫자뿐 아니라 상대적 비율도 증가함을 알수 있다(Table 1).

2) 정신분열병 관련논문의 연도별 및 주제별 분류
  
정신분열병 관련 논문의 분야별 분류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적용될 수 있으나 저자는 Excerpta Medical Psychiatry subject headings에 의거해 8개의 주제(topic category)로 분류하였다6). 8개의 주제에는 유전학(genetics), 역학(epidemiology), 신경생화학(neurochemistry), 신경해부학 및 뇌영상(neuroanatomy and brain imaging), 심리사회치료 및 재활(psychosocial treatments and rehabilitation), 정신약물학(psychopharmacology), 임상적 주제(clinical topics)-진단, 예후, 결과, 귀결, 기타 임상주제가 포함됨, 기타-출생계절, 역사적 문제, 치료비용, 일반적 이론적 논문 등이 포함되었다.
   Table 2에 제시된 바와 같이 1980년부터 1984년 사이에는 전체 56편의 정신분열병 관련논문 중 임상적 주제의 논문이 23편(41%)으로 가장 많았으나 이후 임상적 주제의 논문은 상대적으로 감소되는 추세이다. 신경생화학과 정신약물학 관련논문의 비율은 1980년부터 1997년에 걸처 비교적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에 비해 1990년대 들어 신경해부학 및 뇌영상과 심리사회치료 및 재활 분야의 논문비율이 특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신경정신의학에 유전학 분야의 논문은 증가하지 않고 있으나 전문학회지에는 1995년 이후 유전학 논문분야 논문이 증가하고 있다(Table 3).

2. 국내 주요 전문연구학회지에 게재된 정신분열병관련 논문

   현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산하에 19개 연구학회가 등록되어 있으며 이중 13개 연구학회에서 학술지를 내고 있다. 연자는 이들 학회중 생물정신의학과 정신약물학 분야의 논문이 주로 게재되는 3개 전문연구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인 대한정신약물학회지(1990년 창간, 연 2회 발행), 생물정신의학(1994년 창간, 연 2회 발행), 생물치료정신의학(1995년 창간 연 2회발행)에 게재된 논문을 조사하였다.
   3개 주요 전문연구학회지에 실린 전체논문 중 정신분열병 관련 논문의 비율은 1990~1994년 28%, 1995~1997년 39%로 정신분열병 관련논문의 비율이 증가했다. 그러나 생물정신의학이 1994년, 생물정신의학이 1995년에 창간된 관계로 전체비율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1995년이후 유전학 분야의 논문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Table 3).

3. 신경정신의학과 일부 국제학술지와의 비교

   신경정신의학에 게재된 정신분열병 관련 논문과 국제학술지인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와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에 게재된 정신분열병 관련논문의 주제별 분류를 비교하였다.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와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의 자료는 Morlino등6)의 결과를 이용하였다.
   상기의 각각의 잡지는 잡지고유의 게제규칙과 방침이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에는 한계가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정신분열병의 역학적 연구에 있어 신경정신의학에 게재된 논문중 비율이 0.7%로 BJP(19.2%)와 AJP(12.2%)에 비해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질병의 연구에 있어 역학연구는 기본이 되기 때문에 역학적 연구는 중요하며, 국내 정신분열병 연구 중 역학적 연구가 특히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4.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정신분열병 관련논문

   SCI나 Index Medicus에 등재된 국제학술지에 국내 학자가 제 1 저자 또는 교신저자로서 게재한 정신분열병 관련연구는 매우 적은 실정이다. 저자의 조사에 의하면 이들 논문수는 1997년 까지 20편을 넘지못하며 그나마 몇몇 연구자에 편중되어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점차 활발해진 해외연수와 해외학회 참석은 바람직한 현상이며, 국제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게재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내 학회나 회원들 간이 의식계혁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나 논문의 질적인 평가가 당연시 되어야 하고 동료들 간의 상호발전적이고 비판적인 지적이 필요할 것이다.

5. 본 조사의 문제점

   본 조사는 몇가지 한계가 있음을 밝혀둔다. 첫째, 국내논문의 경우 모든 논문을 다 조사할 수 없었다. 본 논문에서는 신경정신의학에 게재된 논문과 일부 전문연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만을 조사했기 때문에 국내정신의학자들이 다른 잡지에 게재한 논문은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서울의대 정신과에서 발행한 서울의대 정신의학과 한양의대 정신건강연구소에서 발행한 정신건강연구에도 국내의 많은 정신과의사들이 정신분열병에 관한 논문이 많이 게되었음을 밝혀 둔다. 또한 1990년대 이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산하 연구학회지, 기타 대학학술지 등에도 정신분열병 관련논문이 상당수 게재되고 있다. 둘째, 출판된 논문이 연구활동을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다. 연구가 시행된 후 논문이 출판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적 지연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논문의 방법론적인 분석과 논문의 질에 관한 분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     론

   저자는 1980년대부터 1997년까지의 한국 정신분열병의 현주소를 출판된 논문을 통해 알아보았다. 연구의 최종산물이 논문출판인 점을 감안한다면 본 조사에서 제시된 자료가 한국 정신분열병 연구의 현주소를 어느정도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1990년대 들어 정신과 전문의 및 전공의 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신경정신의학에 게재되는 전체논문과 함께 정신분열병 관련논문의 양적인 증가가 있었다. 또한 아직은 그 수가 매우 적으나 국내 연구자들이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는 정신분열병 관련 논문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향후 국내 정신분열병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전문학회의 창립은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정신분열병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국내 연구자간의 활발한 의견교환과 전문성이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제는 국내 학술잡지도 양적인 연구와 논문의 질적인 면에 대한 보완을 위해 연구자 간의 건전한 비판적인 시각이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한동안은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한 열정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연구의 최종산물이 논문이라면 국내정신의학계에서도 이제는 학술잡지에 대한 엄격한 질적 평가가 이루어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정신의학계에도 게재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할 만한 전문 잡지가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이를 통해 연구의 질적인 향상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1. 김채원(1996):정신분열증, 김채원, 서울, 중앙문화진수출판사, pp3-14

  2. 김용식(1996):항정신병약물의 치료반응을 예측할수 있는 임상 및 생물학적 표지자가 있는가? 정신의학 21(2):105-116

  3. Arsnis LC, Baron M, Gruen R(1982):Diagnostic overlap in schizophrenia research:relationship to outcome redictors and family history. Psychiatry Res 6(3):345-353

  4. Carpenter WT Jr, Schooler NR, Kane JM(1997):The rationale and ethics of medication-free research in schizophrenia. Arch Gen Psychiatry 54(5):401-407

  5. Helmchen H(1988):Methodological and strategical considerations in schizophrenia research. Compr Psychiatry 29(4):337-354

  6. Morlino M, Lisanti F, Gogliettino A, De Girolamo G(1997):Publication trends of papers on schizophrenia. Br J Psychiatry 171:452-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