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병 연구의 발전을 위하여 생각해야 할 것은?

김  용  식
서울의대 정신과


교신저자:김용식, 110-744 서울 종로구 연건동 28,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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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문제

   정신분열병의 개념으로는 여러 학파의 다양한 개념이 있었지만 크게 나누어 보면 첫째 nosological concept를 가진 Kraepelin 처럼 ‘질환단위’로 보는 경우와 둘째, ‘증후군 개념’을 가진 Bleuler처럼 ‘증후군’으로 보는 개념, 마지막으로 Janzarik처럼 우울증, 조증, 그리고 정신분열병까지를 하나의 연속적이고 이행적인 장애의 제현상으로 보는 ‘단일정신병’의 개념이 있었다1). 그러나 ‘질환단위인가, 증후군인가’ 하는 100년 묵은 논쟁은 언급하지 않더라도, 조울병과 정신분열병이 하나의 연속된 질환인가, 아니면 다른 질환인가라는, 20세기초에 이미 어느 정도 결론이 난 듯한 문제도 최근까지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볼 때2) 아직까지는 정신분열병에 대한 보편 타당한 개념이 제시되고 있지 못한 듯하다. 심지어는 분명하게 경계를 지울 수 있는 정신분열병이라는 질병단위는 없다고3) 주장되기도 할 정도로, Kraepelin이 개념을 정립하는데 30년 이상 걸렸으며 그의 “정신과학”의 1883년 초판에서 1927년의 마지막판에 이르기까지 고민한 사항4)들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엄밀하게 말해서 현재의 ICD-10과 DSM-IV에 이르기까지 주요정신장애에서 Kraepelin의 양분법이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5). 결론적으로 논란의 초기상태에 비해 큰 진보가 있은 가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진단기준의 문제

   현재 우리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DSM-IV의 정신분열병의 개념을 분석해보면 Schneider의 일급증상을 포함하는 증후군 개념과 6개월이라는 기간을 요구하는 Kraepelian 개념을 일부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DSM은 경험적-무이론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정신분열병의 기전이나 원인에 대한 추론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은 Kraepelin, Jaspers, Schneider의 개념으로부터 전혀 진보가 없는 것이며, DSM-III 이후 등장한 조작적 진단기준도 과거 진단체계에 비해 평가자간의 신뢰도를 높인 것에 지나지 않고 타당도의 향상에는 기여하지 못했으므로 개념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4). 또한 평가자간의 신뢰도를 높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기준을 적용하는 방법에 따라서, 그리고 제외기준을 어떻게 적용하냐에 따라서 진단의 일치율에 상당한 차이를 가져오는 문제를 갖고 있다6)7). Jaspers는 이미 1913년에 정신의학은 신경해부학, 신경생리학이나 임상심리학의 응용이 아니며 또 단순한 증례의 임상적 수집이나 정리가 아닌 그 모든 것을 그 안에 내포하면서 그를 지양하여 그 자신의 학문체계와 방법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는데, 이를 주장한지 50년이 지난 1966년에 그 자신의 최신판에서 아직도 그와 같은 방법론이 나오질 않았음을 개탄하고 있었다1). 이런 상황은 1999년인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역학 연구의 문제

   정신분열병의 역학적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들 중에서 정신분열병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며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것으로 ‘정신분열병의 평생위험도가 남성과 여성이 거의 같으나 여성보다 남성에서 발병이 빠르고 결과도 나쁘다’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소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여자에서는 정동증상과 환청증상이 많고 망상형이 흔하며 음성증상이 적기 때문에 성별에 의한 차이 유무를 따지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이런 증상의 차이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8).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또 다른 소견으로는 ‘사춘기 이전에는 발병이 드물며 30대 이후에도 발병률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ewis9)는 민감한 사람이 위험요인과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 자연히 15~17세에 가서 극치를 이루게 되고 그 이후부터는 민감하면서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수가 감소되므로 30대 이후에는 당연히 발병률이 적어지는 곡선을 가진다고 하였다. 이처럼 표준적인 교과서에 소개되는 소견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생화학적 연구의 문제

   정신분열병의 생물학적 원인에 대하여 지금까지 다양한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고압 액체크로마토그라피의 발달로 체액에서 신경전달물질과 그 대사물의 농도를 정량할 수 있게 되었고, 수용체 결합연구 방법의 발달로 수용체 수준의 변화를 사후 뇌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수용체나 그 밖의 효소나 단백질의 유전자발현까지도 정량화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뇌영상술의 발달로 생존 환자에서 수용체 결합, 에너지, 지질 대사 등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구 결과가 추시 확인이 잘 안되고 있다. 이것은 1959년 Kety10)가 지적한 바와 있는 연구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연구에 참여하는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정상 대조군과 달리 많은 치료를 받는다는 점, 정신분열병 경과로 인한 행동과 활동의 장애가 여러 가지 생화학 및 대사의 측정치를 정상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모든 과학에서 그러하듯이 연구자의 주관적 편견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최근의 연구들은 현실적인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를 통제하여 오류를 극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정신분열병의 생물학적 원인에 대해서 어떤 결론에 이르기는 거리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진단적으로 이질적인 집단인데도10), 최근의 대다수 생물학적 연구들은 DSM-IV 진단기준을 이동하면 마치 대상군을 제대로 선택한 것으로 간주하는 등, 너무 안이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11)으로 생각된다.

가설의 신뢰성 문제

   최근 정신분열병의 원인 및 병태생리에 대해 taraxein 가설12), 도파민을 비롯한 신경전달물질 관련 가설, 취약성 가설, diathesis-stressor 가설, 신경발달 가설13), 유전학적 가설, 여러가지 가설의 통합을 시도한 Crow의 두 증후군 가설, 신경심리학적 가설 등 많은 가설이 제시되었다8).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정신분열병의 실체를 밝히는 데에 성공한 가설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역사적으로 볼 때 최근에 활발히 논의되는 연구 주제가 과거에 논의되었던 주제의 재등장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상 안구 운동, 피질의 위축, 예기(anticipation) 현상, 주의력 결핍, 뇌실 확장, influenza의 역할, 출생 계절, 류마치성 관절염과의 역관련성(negative association), 양성-음성증상의 구분, 취약성 등은 Kraepelin의 정신분열병의 진단체계가 등장하자마자 이미 많은 논란이 되었던 주제들이다(Table 1). 즉 1900년대 초에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 같이 논의되다가 분명한 부정도 긍정도 없이 사라진 것이 다시 출현한 것이다2)5). 일반적으로 누가 한 가설을 주장하면 그것이 갖는 의미와, 그것을 부정하거나 지지하는 실험설계가 얼마나 용이한지에 의하여 그 가설의 생명력이 좌우된다. 그러나 한번 또는 한 시리즈의 실험으로 확증되거나 부정 될 수 있는 가설은 거의 없다. 따라서 정신분열병의 원인이나 병태생리와 관련된 다양한 가설 가운데 어떤 것은 진정한 가치에 비하여 오래 존속할 수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어떤 경우는 새로운 기술이나 그 기술의 제안자의 적극성에 의해서 진정한 가치와 관계없이 기존가설에 옆으로 물러나기도 한다14). 그러므로 어떤 가설이 얼마나 신뢰 할 수 있는가에 대해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이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에 대한 철저한 문헌 연구와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제     안

   현재로서 정신분열병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정신병리현상을 해석하는 새로운 paradigm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정하는 형태의 연구를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지만 Kalant15)가 알코올 내성에 관한 연구에서 대해 지적한 내용은 참고할 만 하다고 생각된다. 그의 주장에서 알코올이라는 단어를 정신분열병으로 대체하고 약간 수정하여 발췌 번안하면 다음과 같다.
   정신분열병이라는 개념은 지난 2세기동안 서서히 발전되어 왔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기초적인 임상양상은 지난 100년 동안 인식되어 온 것이다. 정신분열병의 실체에 대한 신경학적 기전에 관한 연구는 최근에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초기연구에 사용하였던 단순한 모형은 버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 연구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미래의 연구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줄 것이다. 그 이유로 1) 현재에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개념은 수십년 전에 이미 관찰력 있는 연구자에 의하여 제시되었지만 옛날 문헌을 잊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연구에 방해가 되었다. 2) 지난 수십년 동안 진보가 늦은 것은 인접 학문 분야의 중요한 연구를 간과하고 특정 기술, 의문, 가설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는 좁은 시야를 가졌기 때문이다. 3) 연구의 경과란 순탄치 않은 경우가 많다. 과거에 던졌던 의문을 다시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검토해야 할 것인데 이때 과거의 역사에 기초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다. 4) 기존의 연구자간에 명백하게 상반되는 소견을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불일치는 현상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소수의 의견이나 해석을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연구의 진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구 조건은 현재 가능한 기술을 통해 얻은 결과에 기초를 둔 좋은 의문과 가설이다15).

참고문헌

  1. 이상복(1973):현금 서독 정신의학계의 동향(1). 신경정신의학 12:153-161

  2. Kringlen E(1994):Is the concept of schizophrenia useful from an aetiological point of view? A selective review of findings and paradoxes. Acta Psychiatr Scand Suppl 384:17-25

  3. Ciompi L(1984):Is there really a schizophrenia?-The long-term course of psychotic phenomena. Br J Psychiatry 145:636-640

  4. Stefanis CN(1990):On the concept of schizophrenia, In Recent Advances in Schizophrenia, editied by Kales A, Stefanis CN, Talbott JA. Springer-Verlag, New York, pp25-56

  5. Jablensky A(1997):The 100-year epidemiology of schizophrenia. Schizophr Res 28:111-125

  6. Boyer P(1995):[DSM IV and research. The problem of clinical trials]. Encephale 5:41-46

  7. McGorry PD, Mihalopoulos C, Henry L, Dakis J, Jackson HJ, Flaum M, Harrigan S, McKenzie D, Kulkarni J, Karoly R(1995):Spurious precision:procedural validity of diagnostic assessment in psychotic disorders. Am J Psychiatry 152:220-223

  8. 세계정신의학회(1995):정신분열병,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역. 서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pp55-56

  9. Lewis MS(1989):Age incidence and schizophrenia:Part II. Beyond age incidence. Schizophr Bull 15:75-80

  10. Kety S(1959):Biochemical theories of Schizophrenia. Science 129:1590-1596

  11. Nakayasu N(1993):[Criticism of the methods in psychopathology and biological psychiatry. Jpn J Psychopathol 14:205-212

  12. Heath RG, Guschwan AF, Coffey JW(1970):Relation to taraxein to schizophrenia. Dis Nerv Syst 31:391-395

  13. Murray RM(1994):Neurodevelopmental schizophrenia:the rediscovery of dementia praecox. Br J Psychiatry Suppl 25:6-12

  14. Wyatt RJ, Kirch DG and DeLisi LE(1989):Schizophrenia:Biochemical, endocrine and immunological studies. In Comprehensive textbook of psychiatry/Ⅴ, edited by Kaplan HI and Sadock BJ, Williams and Wilkins, Baltimore, pp717-732

  15. Kalant H(1998):Research on tolerance:what can we learn from history? Alcohol Clin Exp Res 22:67-76